본문 바로가기
망상가

위로하기 어려운 일.

by garyston 2015. 12. 8.

코이카 봉사단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력서 같은 폼을 작성해야 한다.

취업할 때도 많이 겪어보았던 지원동기, 성장배경 등을 쭉쭉 입력하고, 지망하는 국가를 입력하게 된다.


내가 지원하던 때는 1,2,3 지망을 쓸 수 있었다.

모두가 1지망인 나라로 갈 수는 없지만, 대부분이 원하는 곳과 필요한 능력에 맞춰서 국가가 결정되게 된다.


나는 그녀가 1지망으로 가고 싶었던 라오스에 가게 된 것인지

지망에도 없었지만 어디면 어떻겠냐면 라오스로 가게 된 것인지


알수는 없다.



다만 그녀는 견문을 넓히기 위한 여행, 자신이 속한 회사의 이익 을 위해서가 아닌.. 

그 나라 사람들을 위한 활동을 위해서 인생에서 꽤나 중요한 2년의 시간을 사용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것이다.



남미 역시 치안이 불안정한 편이다. 

한국에서 30년 가까이 살았지만, 그 흔한 강도, 소매치기 한번 당해보지 않았는데.. 봉사활동하는 2년동안 벌써 그런 경험이 있다.

사실 잃어버린 물건의 물질적 가치 때문에 많은 단원들이 절망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그깟 핸드폰 하나, 카메라 하나.. 해봐야 얼마나 하겠는가

가장 큰 상실감은, 내가 여기에 온 이유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이 곳의 사람들을 돕기위해서, 뭐라도 해보려고 여기 왔는데, 그 사람들이 내게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참 속상해진다.

한 동안은 현지 사람들이 다 보기 싫고,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냐는 배신감에 빠진다.

"어디 곳에도 좋은 사람이 있고, 또 나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냉정한 상태에서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과, 그 상황을 대면한 후의 기분으로 생각하는 것은 참 다르더라.




그래서 무척이나 속상하다.

내가 빼앗긴건 작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전화기였지만..

그녀는 남은 삶 전체를 통째로 빼앗겼다.



이는 다시 살 수도 회복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떻게.. 하나..


내가 지냈던 그 도시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니 마음이 더 속상해진다.

사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런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그녀를 추모한다는 마음인데.. 이를 어찌 표현해야 할지 먹먹해진다.

봉사를 위한 선택이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는데.. 어떤 위로를 건낼 수 있을까.


많은 단원들과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고인과 유가족에게 이런 마음이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전 세계에 있는 많은 단원들에게 앞으로는 이런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모두 건강하고, 무사히 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


'망상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아가는 길.  (2) 2016.03.31
내려놓다  (0) 2016.03.29
혐오의 문화  (2) 2015.11.09
마지막 9월.  (0) 2015.09.02
단상.  (4) 2015.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