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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untario de corea

보조선

by garyston 2014. 12. 13.




아마도 시작은 "손을 많이 사용하고 움직이는게 두뇌개발에 좋다"라는 말을 어디에선가 듣고 어머니가 사오신 종이접기 책이 아니었을까

그 때 접었던 많은 것들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학, 꽃, 거북이 정도는 기억하고 있죠


그 기억을 되살려 간혹 전기가 없는 학교에 가서는 종이접기 수업을 진행하고는 하는데..

아이들이 잘.. 못따라 오더군요


비공식 10,000마리 이상의 학을 접어온 제게는 무척이나 쉬운 일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기본적인 삼각접기, 사각접기 부터 아이들이 힘들어 하더군요

난 이걸 왜 못하나 싶고.. 그래도 많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종이접기를 마무리 했죠


몇 주 후에 혼자 구석에서 종이접기를 하고 있는 나를 보고 동료 봉사단원인 Rosa님이 오셔서 종이를 접어보이시더군요

잘 기억이 안난다면서도 각을 잡아 예쁘게 학을 접더군요


처음 종이접기를 하는 사람처럼 

다음 모양으로 변할 위치에 잘 접힐 수 있게 접어놓고, 접으려고 할 때 그 선을 따라서 잘 접힐 수 있게

한단계 한단계 씩 차근차근 접더라구요

똑같이 반복적으로 종이를 접던 사람은 중간에 필요한 부분을 생략하고서도 완성할 수 있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은 쉬울 수가 없으니 그런 보조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처음에는 저 보조선 없이 접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도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가 활동하고 있는 내 존재가 에콰도르 아이들에게 보조선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학을 접기 위해선 꼭 보조선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보조선은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겐 가야할 길을 안내해 주고 조금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그런 작은 가이드죠


1시간 동안 10명의 아이들에게 마우스 사용법, 키보드에 손올리는 위치,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것, 컴퓨터의 기본적인 부품구성을 이야기한다고 무슨 큰 도움이 될까 괴리에 빠져있던 상황에서.. 


별 것 아닌 보조선이 위로가 되네요

교육원에서 봉사활동 워크샵때 봉사활동이란 어떤 것인가로 다양한 의견을 냈었는데.. 이제서야 제 봉사활동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무언가를 찾은 느낌입니다


저는 보조선 같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넘 미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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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 이거슨.. 머리가 기억하는 게 아니라 손이 기억하는 것

⑵ 없을 수도 있는 게 이곳(에콰도르)의 현실

⑶ 물론 수치화된 기록은 아님. 군대에서 근무중 졸릴 때 학접었습니다.. 졸릴 때 손을 움직여서 집중하는 학접기는 졸음을 쫓습니다 과도한 학접기는 회사에서 짤릴 위험이 있으니 위험합니다

⑷ 병신

⑸ 같은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모의 간호병과(?) 봉사단원

⑹ 사실 나는 종이접기 신동이라 보조선 없이 그냥 접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기억이 안납니다

 코이카 해외봉사단 국내교육 초반에 봉사활동의 의미를 단어로 표현하여 발표하는 조별 과제가 있는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