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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untario de corea

너, 당신, 당신들에게 (반기보고서)

by garyston 2015. 9. 4.

코이카 두번째 반기 보고서, 





[시작하며]



 어린 시절 부터 가지고 있는 생각,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타인이 보는 내가 정확한 나일 수 있다」 



#너, 당신, 당신들



그들의 입장에서 나를 한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시간 약속이나 일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꽤나 짜증을 내고, 다그치고, 언제되냐며 매일 찾아와 물어보는 그런 사람.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것 같지만, 때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사람. 

잘 사는 나라에서 왔기에 부자일 것 같은 사람.

무언가를 나에게 줄 수 있고, 무언가를 요구해도 되는 사람. 

그저 치노,  때로는 키큰 치노.

여행자 같지만 리오밤바에 대해서 꽤나 잘 알고, 스페인어도 곧 잘 하는 사람.

시청 복지센터에서 커피 자주 내리는 사람.

시장과 마트에서 자주 장보는 사람.

술 마시기 좋아하고 클럽에서도 간간히 보이는 동양인.

축구를 꽤나 좋아하는 사람.

한국이라는 아시아에 있다는 한 나라에서 에콰도르를 돕겠다고 온 사람.


그들이 보는 나를 뒤돌아 보았지만, 「이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일까? 나는 여기에서 어떤 사람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자문일 뿐이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는 어떻게 지내왔냐는 것에 대한 되돌아 봄일 뿐이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 역시 아니다. 나는 이곳에서 활동과 삶을 통해서 무언가 소박하고 작게라도 이 곳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을 뿐이다. 사실 코이카의 단원의 일이란 그렇다. 한국을 알리고, 한국에서 이 곳을 돕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정도. 단원들의 기를 꺾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허나 단원들이 하는 이런 소소한 활동들로 에콰도르에 한국을 널리 알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렵지만 모든 단원들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위의 활동을 하고 있다. 다 나름의 최선이라는 것은 변명의 여지를 주기위한 표현이지만… 그 나름을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 한 뿌리의 삶과 여러 줄기의 활동으로 각자의 그 곳에 서 있다. 


나 역시 이러저러한 모습으로 기관사람, 지역사람들 앞에 서 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간단한 클릭 한번이면, 에콰도르에서의 내 삶을 엿볼 수 있다. 내 삶의 기록은 간혹 에콰도르에 관심이 있거나, 코이카 단원으로 오려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도움이 되기도 하고,(도움이 된다고 믿고..싶다) 에콰도르에서 코이카가 활동하는 내용들이 소개되기도 하고, 에콰도르에 대해서도 낮게 읊조리기도 한다. 시골학교에 방문하면, 아이들에게 블로그  오면 너희 사진을 볼 수 있다고 말해주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열악한 아이들 사정상 블로그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간혹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삶의 기록이다. 코이카 활동 전부터 관심분야에 대해서 찬찬히 글을 써놓고 있는 일기장이랄까. 최근에는 코이카 단원으로 에콰도르에서 겪는 일상이 내 삶의 대부분이기에.. 코이카 에콰도르 봉사활동 단원의 블로그 처럼 보이는게 최근의 모습이다. 지금의 삶이 그러하기에 봉사단원 블로그 처럼 보이지만, 봉사단원 블로그만은 아니라는 말. 

 누군가는 이렇게 글쓰고 사진을 올려놓는 일련의 행위들을 부지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지런한 성격도 아니지만 내 기억을 저장해 놓는 것이 참 좋다. 그 때의 기분들 그 때의 상황들.. 내가 했던 행동들 등등. 가끔 시간이 지나서 나의 삶을 되돌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부가적인 소득이겠지만, 내 활동을 기록한 글들이 페이스북을 통해서, 트위터를 통해서, 검색엔진 검색을 통해서, 코이카 홈페이지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진 다는 것은 코이카의 활동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코이카는 왼손이 모르게 오른손이 선행하는 그런 활동을 바라지는 않는다. 원조기관으로써 돕고,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알리는 것도 일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간혹 기관에 출근해서 대놓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을 때도 있다.

 활동도 중요하지만 활동을 잘 포장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는 것 역시 활동이다.

 간혹 기관에서 블로그 질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긴 변명을..

  

                                                          2015.07.




프리실라


100개 가까이 되는 학교 

10명씩 3번의 수업 

3,000 명


을 다 기억한다는 것은 내게 불가능한 일이다.



전임단원의 업무를 이어받아, 임지 온지 2주만에 수업을 나섰다고 하면 뭔가 대단한 스페인어 능력을 갖추었구나 열심히 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도 있지만, 그 실상은 조금 다르다. 내가 진행하는 수업은 매번 다른 학교를 방문하여 간단한 컴퓨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고, 2주동안 수업진행 할 PPT와 스크립트를 만들어서 새처럼 읽는 수준 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그 수업을 9개월 가까이 진행한 지금은 스크립트를 보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며, 수업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수업 중간중간에 농담과 질문도 섞는 정도가 되었다. 한시간짜리 수업을 9개월 하면 누구나 가능한 수준.

 6개월이 넘어선 시점에 이전에 방문했던 학교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내 이름을 기억하는 아이들도 간혹 있어서 내 수업 내용을 기억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의외가 아닌 예상대로 같은 수업을 진행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수업 성취도가 낮은 상황에 속상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아까도 말했듯 의외가 아닌 예상대로의 일인지라.

 제한된 시간 내에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교육적 관점에 따라 다른 평가를 얻을 수 있겠지만, 수업의 핵심인 타이핑 실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들이 있으면, 좀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 위하여 노력한다.


 프리실라 역시 그렇게 두각을 나타낸 아이 중 하나의 이름.

1시간의 수업시간 중 실습은 겨우 15분 남짓, 대부분이 오른손에 ASDF, 왼손에 JKLÑ  를 올려놓는 정도가 익숙해지면 끝나는 시간 동안에 그 윗자리와 그 아랫자리까지 능숙하게 타이핑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수업 마지막 10분정도로 정해진 게임시간에도 타이핑 연습을 하는 모습까지.. 간혹 이런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지만, 대부분 집에 컴퓨터가 있는 아이들이었다. 하루만에 이런 성취를 보이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하여 수업이 끝나고컴퓨터에 대해서 교육받은 적이 있는지 프리실라에게 물어보았다. 귀여운 아이가 말해준 대답 덕분에 나는 지금도 프리실라의 이름을 기억한다. 프리실라의 대답,


 “Usted”(당신 )


혹시나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서운해 할까 걱정도 되었고,

내가 가르친 것을 잘 기억하고 있는 아이가 있다는 것이 뿌듯하였고,


복잡 미묘한 마음으로 웃음지으며 인사하는 프리실라를 보았다.


“Gracias, Chao GARY ” (고마워요. 안녕. )


                                                          2015.03.




화(Anger)


 회사에서 인턴이나 신입사원을 가르치거나 학교에서 후배들에게 간단한 프로그래밍, 알고리즘을 가르쳤던 적은 있지만 10살 내외의 산만한 아이들을 가르쳐본적은 없기에 간혹 얕은 내 인내심의 바닥을 찌르는 장난꾸러기들이 있다.


 컴퓨터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아이들을 기준으로 한 수업은 컴퓨터에 대한 조금의 지식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지겨울 수 있다. 그래서 설명을 듣지 않고 제 멋대로 컴퓨터에 있는 게임등을 하려고 하는 아이. 몇번이나 주의를 주어도 달라지지 않아 20분만에 수업을 끝낸 적이 있다.너하나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희생당한다는 메시지를 주기위한 

“수업을 끝내는 것은 너 때문이다.” 

 는 말과 함께.



그 날 돌아오는 길에 유난히 많은 차들과, 그것들 보다는 조금 적은 생각들이 지나쳐갔다. 

잠깐의 화를 참지 못하고 9명의 학생들에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 기회를 마음대로 빼앗은 것이 아닌가.

잘못한 학생의 행동을 바로 잡지도 못하면서 화만 낸 것이 아닌가.

내가 아이들에게 화를 낼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아이는 하교 싶은대로 컴퓨터를 마음대로 가지고 놀았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화를 냈으니.. 똑같은 것이 아닌가.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질문공세와 장난으로 유하게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나를 만든 힘은 

그 때의 화 그리고 후회가 아닐까.


남은 1년도 아이들에게 똑같은 실수와 후회없이 그들 곁에 머물기를.


                                                          2015.11.




종이접기 강사


「손을 많이 사용하고 움직이는 것이 두뇌개발에 좋다」

라는 말을 어디에선가 듣고 어머니가 사오신 종이접기책이 처음으로 종이접기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그 때 접었던 많은 것들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그 기억을 되살려 간혹 전기가 없는 학교에 가서는 종이접기 수업을 진행하고는 한다.


 대한민국의 미취학 아동의 74%가 입학 전에 학접기를 배운다는 통계 가 있다. 이런 통계가 없어도, 학 접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아이들과 종이접기 수업을 시작했지만, 내 기대와는 많이 다른 일. 첫 수업에서 아이들이 직접 접은 부분보다 내가 접은 것이 더 많을 정도. 


 종이접기에 대해서 다른 단원 과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단원이 자신 역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종이를 조금씩 접어보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 종이접기를 하는 사람처럼 다음 모양으로 변할 위치에 잘 접힐 수 있게 접어놓고, 접으려고 할 때 그 선을 따라서 잘 접힐 수 있게, 한단계 한단계씩 차근차근.. 

 이미 아는 사람은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지만, 처음인 사람을 위한 보조선이 있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나 역시도 그러했었던 것 역시 기억이 났다.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처음인 사람들에겐 가야 할 길을 안내해 주고 조금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그런 작은 가이드.


학교를 방문해서 수업을 시작하고, 그간 다른 학교로 매번 다른 학생들에게 고작 마우스/키보드 사용법 정도를 가르치는 이 수업이 작고 초라하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 동안의 짧은 수업으로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칠 수도 없고, MOS 사용법을 가르칠 수도 없으니.. 

많은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배울 수 있는 기초를 알려줄 수 있는 기회이고 관심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아이들이 접어서 완성하게 될 다양한 무엇들의 보조선이 되려고 한다.


                                                          2015.01.




물품, 사업, 활동


 692.1$ + 27,088.77$ + 4,709.22$ = 32490.09$  

 1년동안 코이카를 통해서 내가 쓸 수 있게 된 기금이다. 기획과 보고서 만으로 쉽게 활동을 위한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업제안서 작성, 사업기획을 했던 경험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야근과 격무에 시달리던 그 때의 기억이 나의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건 조금 씁쓸한 일 이긴  하지만.. 

 

 1년이 안된 시점에서 활동지원물품, 현장사업, 협력활동이라는 단원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코이카의 제도를 모두 수혜받는 영예를 누렸다. 이게 사실 영예라고 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냥 돈 더 타내서 좀 더, 고생 하는 건데 


이런 원동력은 


 2년, 내 소중한 시간에 뭐라도 하고가자.

 지금 활동이 좀 부족하니까 다른 활동을 더 해야겠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 보다 뭐라도 하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지 

 

 이 세가지 마음이 복합적으로 섞였던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장사업 프레젠테이션에서 엄청 까여서 분노의 수정제출  한 기억

 디자인이나 삽화 부탁을 흔쾌히 수락해준 주영이 와 조차장님 

협력활동을 위해서 주문한 한국물품이 활동을 4일 앞두고 못온다고 해서  대책회의를 급히 했던 기억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는, 그런 변명들 처럼 벌써 추억과 감사함, 고마움이 남는다. 심지어 현장사업은 진행 중이고, 끝나지 않았음에도..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다 끝난 듯한 그런 착각 이 드네.


 이제 1년 지났을 뿐인데.

 3개월 남짓 남은 현장사업도 잘 마무리 합시다.


                                                          2015.08.



그녀에게


 그녀 를,

 

 처음 본 것은 어느 독립기념일 행진의 소란스런 길가에서 였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 다정히 서있는 모습. 

 두번째는 그의 연인이 나를 초대한 연말파티.


 지금 나는 그녀의... 한국어 선생님이다.


 따띠 는 유학을 갈망하는 성실한 대학생이다. 그래서 전공수업, 영어공부에도 할애해도 부족한 시간을 한국어 공부에도 쓰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번의 한시간 정도의 수업이지만.. 그녀의 한국에 대한 열망은 꽤나 구체적이다. 자신의 전공으로 석사과정으로 진학가능한 학교, 거기에다가 장학금과 기숙사가 제공되는 곳을 알고 있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다른 에콰도르 소녀들과 다르지 않게 K-pop과 한국드라마를 통해서 한국을 알게되고 한국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이제는 한국 자체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소 엄한 내 수업방식과 충분치 못한 한국어교수법에도 불구하고, 조금씩은 한국어를 알아듣고 말하는 것을 보면 참 어여쁘다. 대부분의 사람이 나를 그저 중국인으로 생각하는 이 나라에서 한국을 알고 한국에 대한 큰 관심과 열정을 갖고.. 어설픈 한국어를 말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귀엽다.


 한국어 수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글을 가르치는 것도 보람되겠다

 한국어 수업을 스페인어로 하다보면 자연히 스페인어도 도움이 되겠다.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지금도 저 두 생각은 유효하지만, 따띠가 한국에 가서 적응도 잘하고 학위도 잘 받을 수 있게 돕고 싶다는 생각도 생겼다.


 매주 화요일, 금요일이었던 수업은 현장실습을 다른 도시로 간 상황때문에 진행되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주말마다 집에 돌아올 것이고 토요일 오전에 수업을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조금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았다. 이런 열의를 보여준 학생에게 조금 피곤할지도 모르는 토요일 오전 시간을 비워두려고 한다.


 앞으로 1년동안

 얼마나 많은 단어와 문장들을 가르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의 한국어 선생님일 것이고


 그 1년이 지나

 떠나기 전에 다른 단원에게 그녀의 선생님이 되어달라고 부탁 할 것이다.


                                                          2015.06.




Alex


 웰링톤이란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알렉스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불러주길 원했다. 지금도 그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었지만, 늘 유쾌하고 술과 축구를 좋아하는 즐거운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같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러가기도 하고, 축구를 하기도, 그의 집에서 축구경기장에서 축구를 보기도하고, 그의 가족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지역 프로축구팀의 유니폼을 내게 선물하여 조금 감동을 주기도 한.


 그런 친구 였었다.


 지금은 그의 친구라고 말하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지켜지기 않는 시간, 돈 약속

 허언과 거짓말들

 술에 취해 다른 여자들과 나누는 스킨쉽들 

 나를 이용하려는 듯한 행동들 


 아마도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그와 만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문화적 차이와 개인적 차이가 너무 커서 그에게는 더 이상 애정이 가져지질 않는다. 그는 좋은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사람들에게 다정하며, 유쾌하다. 허나 내 옆에 두고 오래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가진 몇가지 생각은 도저히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 이니까.


 좋았던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지고 나서, 그 사람이 꼭 에콰도르 인양 이 나라가 좀 싫어졌었다. 그 만큼 내 애정의 크기가 컸으니까.. 수학이 어렵다는 첫째 딸을 위해서 과외를 하고, 아내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갈 택시비가 없다 고 전화한 이녀석을 병원에 데려다주고… 


 봉사단원으로서의 나는 내가 준 만큼 받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실망스런 기관사람, 학생들의 행동에 개의치 않는다. 애초에 뭔가를 기대하고 하는 행동이 아니니까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봉사단원이 아닌 그저 하나의 개인일 뿐인 나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속상하고 실망스럽다. 가슴이 아프다.


 나는 그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2015.05.




그들의 질문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이곳에 산다는 것을 알면 그들이 물어보는 매번 똑같은 질문 이 몇가지 있다.


 ¿Le gusta Ecuador?  (에콰도르는 마음에 들어? )

 ¿Le gusta Riobamba?  (리오밤바 마음에 들어? ) 

 ¿Le gusta ecuatoriana?  (에콰도르 여자는 마음에 들어?)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기에, 항상 나는 세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나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되면, 


 ¿Cómo diferente Corea del sur y Ecuador?  (한국과 에콰도르는 어떻게 달라? )

 ¿Qué tal la gente de Ecuador?  (에콰도르 사람들은 어때? )


 이런 질문들을 하곤 한다. 


 나는 먼저 에콰도르의 삶 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곳의 야근없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문화를 참 좋아한다. 많은 돈을 벌기보다는 가족과의 시간을 중요시 여기고, 노후를 위해서 오늘을 빡빡하게 살기 보다는 오늘을 즐기는 이들의 삶의 방식도 존중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늘 이 말을 덧붙인다.

 Pero no me gusta dos costumbres de aquí. Impuntual y irreponsabilidad  - 하지만 나는 이곳의 두가지 문화가 싫다. 시간 잘 안지키는 것, 무책임함 


 그리고, 질문한 사람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모든 이곳의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고, 한국에도 물론 그런 사람들이 있고, 이건 그런 사람들의 문제라고 조금 변명을 한다. 그들은 대부분 순순히 이 두가지 문제에 대해서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인정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내일 약속시간에 또 늦는다 .


                                                          2015.07.




[맺으며]



나는 두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Gary 라는 현지인들이 불러주는 이름

Choi Eungyu 라는 원래 내가 가진 이름



나는 두가지 삶을 살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는 업무시간의 내 삶

퇴근 후의 여행자이자, 거주자인 내 삶



Gary와 Choi Eungyu를 완전히 분리될 수 없고, 

봉사활동과 퇴근후의 삶 역시 그러하다.

 


1년 동안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떳떳할 수 있는 이름, 

그리고 삶을 지켜왔고, 


앞으로 1년 동안 지켜나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