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눈으로 본『겨울왕국』
한국 사회는 다소 획일적인 교육관을 통해서 우수한 학생이라는 만들어진 틀에 학생들이 들어가길 기대한다. 우수한 학생이란 기준은 누굴 위한 건지 모르겠지만, 모두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길을 갈 아이들에게 같은 틀에서 구워낸 붕어빵이 되어지길 바라는 건 애초에 무리 아니었을까?
나 역시 중고등학교 시절에 모범생에 좀 더 가까운 학생이었다. 물론 착하게만 자라달라고 한 부모님의 바람과 기대를 깨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데쳐서 숨이 죽은 시금치 마냥 부모님이 원하는 착한 자식으로 살았다. 물론 집 밖에서, 학교 밖에서 항상 착하게만 살아온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집에서 만은… 착한 아이로 남길 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부모님이 바라는 나”와 “내가 살고 싶었던 나”는 조금씩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두 자아가 멀어지기 전에 엘사는 자신의 왕국이 얼어버리는 상황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자아를 발견하였고, 행복해질 방법을 찾아냈다. 이런 기회를 갖고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우리 사회에서는 동화 같은 일이다.
그렇다. 겨울왕국은 동화다. 하지만 어른들도 좋아할 수 있는 동화다.
엘사는 누군가에게 강요 받지 않는 자신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다 두고 떠나고 싶은 현실에 놓인 어른들이 그 장면에서 카타르시르를 느끼고 대리만족을 얻기 때문에 많은 어른들이 Let it go에 열광한다. 물론 그 순간의 노래 역시 좋다.
현실에 찌들어, 하고 싶은 일 보다는 해야할 일에 밀려 나로 살기보다는 집단과 조직에서 기대하는 사람으로 살게 되는 순간순간들에 착한 아이보다는 온전한 내가 되서 행복하다고 let it go 를 외치는 엘사에 어른들이 열광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동화의 주인공은 안나라는 점.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주축 역할을 하는 것은 안나이고, 엔딩크레딧을 봐도 안나가 엘사보다 크레딧에서 위에 있다. 하지만, 모두가 매력을 느끼는 건 엘사 쪽이다.
어른들은 자신의 왕국(가정)을 두고 떠날 만큼 무책임 하지 못하며, 마법 또한 없다. 장갑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막아보려 하지만, 스스로를 가두고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려고 하는 건 때론 스스로를 괴물로 만들 수 밖에 없다. 엘사의 장갑이 아저씨들에겐 술정도일까.. 씁쓸한 현실.
사람들은 가끔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자신을 감추는 장갑을 벗고 괴물이 되기도 한다. 아 역시 과음조심..
술과 담배로 스트레스를 풀고, 스스로를 감추고 누군가가 사람들이 원하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노력을 해서 그렇게 살기도 하지만 그 역효과로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다치게 하는 경우도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엘사처럼 마법같이 세상을 얼려버린 다던지, 하는 능력이 있다면 나라도 나를 나답게 못살게 하는 이 세상을 얼려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 것 같다. 다행히도 우리에겐 그럴 능력이 없을 뿐.
요즈음은 어떤 엘사가 자신의 왕국을 버리고 떠났길래 날이 이리 추운지.. 자신의 왕국을 버리고 떠난 이들은, 봄이 오고 있으니 얼른 노력해서 진실한 사랑을 찾아 나답게 살 수 있었으면 한다. 실은 날씨가 추워서 따뜻해지라고 헛소리를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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