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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요리사

좋은 기억과 맛있는 음식

by garyston 2014. 12. 8.

제사 때 어머니가 지겹게 부치시던 동태전의 소중함은,

타지에 나와서 더 이상 쉽게 젓가락이 닿을 수 없을 때 소중해지는 거겠죠


몇주전에 사놓은 생선을 해동 시켰서 살짝 구워먹어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 동태살과 비슷한 느낌이 나더군요

그래서 동태로 단정지었습니다 넌 동태고 난 선생님이야! 아.. 그냥 동태인걸로


몇년 전 기억인데, 퇴근해서 친구를 만나 뭘 먹을까 고민하다 그냥 동태탕이나 먹자고 들어간 (너무 아저씨 같나요.. 그땐 20대였는데..) 가게에서 탕만 먹기 심심해서 시킨 동태전이 마음에 들어 막걸리까지 먹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더라구요


동태전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동태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얼어있던 생선을 녹이고, 그리고 계란을 풀고, 밀가루 옷을 입히고

팬에 기름을 어느정도 넣어야 할지 가늠이 좀 어려워서 (혹시라도 튀김이 될까봐) 고민했지만 아무렴 어떻겠습니까

동태전인데요



그렇게 조금 만들어서 맥주와 함께 금요일 밤을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맛도 있었지만

어머니가 명절 때, 제사 때 마다 고생하시던 마음과

친구와의 기억을 같이 곱씹는 느낌이었습니다


음식을 만들면서도 이런 허세가 가능하네요


좋은 기억이 있는 음식은, 더 맛있게 기억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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