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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요리사

에콰도르에서 처음으로 생선을 구워먹으며

by garyston 2014. 12. 8.

기억나진 않지만 나는 5살 이전에는 생선구이가 없이는 밥을 잘 먹지 않을 정도로 편식이 심했다고 한다

또렷하게 남아있는 7살의 기억에는 가족들이 모인 식탁에 생선이 올라왔다는 것 자체가 구역질 나는 일이었다


지금은.. 


20살 이후로 생선에 대한 트라우마 였을지 뭐였을지 모르는 그런 거부감은 사라졌다

분명 무언가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계기 같은건 기억조차 나질 않으니까


한국에 있을 때는, 식당에서 대부분의 끼니를 해결했고

탕, 조림, 구이, 회 등등으로 생선을 먹을 수 있었다


실은 집에 생선을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집에서는 생선요리는 일체 하지 않았달까

같이 살던 고양이들에게도 못할 짓이고, 따로 부엌이 마련되지 않는 형태의 집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쉽게 빠지지 않는 생선 냄새는 싫었다


하지만, 에콰도르의 내륙 게다가 고산지대에 속하는 이 곳에서는 생선요리라고 밖에서 먹을 수 있는 건 그저 기름에 튀긴, 그마저도 바싹 튀겨지지도 않은 그런 생선 튀김 정도


자주가는 가까운 슈퍼인 「AKI」에는 딱히 생선은 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생선을 사러 좀 더 큰 곳에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집과 가까운 시장인 「꼰다미네 에는 생선이 금요일에는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퇴근시간에 맞춰 시장을 방문했지만.. 왠걸 시장에 생선은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온 김에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 보니 어디선가 비린내가.. 

한 층을 내려가 보니 그곳에는 꽤나 많은 생선들이 나를 기다리진 않고 있었다


상회라고 하던가 한국에선.. 그렇게 노량진 같은 느낌의 가판이 몇개가 있었다 

한바퀴 스윽 돌아보고는 만만한 녀석들이 없었다 뭔가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녀석들 그래도 그 중에서도 정겹게 느껴지는  새우와 생선을 조금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겨울에 가끔 먹던 대하구이 생각과 그리고 에콰도르는 새우가 유명하니까 라고 생각하며 새우를 조금 샀다

그리고 먹고 싶었던 생선을 보기 시작했다


즐겨먹던 고등어, 삼치, 이면수, 조기나 가자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원체 생선 이름은 잘 알지 못하고, 어떤게 맛있을지 잘 모르니 여러 종류를 사가서 구워먹어보고 마음에 드는 녀석들을 앞으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


한 끼에 먹기 적당한 생선 4마리를 골라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한국과 비슷하게 내장을 제거하고 비늘이 많은 생선은 비늘 손질까지 해서 봉투에 담아주셨다

비행기로 꼬박 하루가 걸릴 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지만, 생선을 손질해주시는 손길은 같았다


#1. 가판에 널려있는 다양한 생선들


같은 생선을 5마리 사면 3$인 것도 있었는데, 골고루 먹어보자는 생각에 각기 다른 4마리를 4$를 주고 샀다

한마리에 1,000원 꼴이라면 절대 비싼 느낌은 아니다 결코 싸다고 하기도 어렵지만

다만 비싸지 않은 가격을 흥정하는 것에 대한 알 수 없는 거부감이 있기에 그저 달라는 대로 돈을 다 주고 나왔다


매끼 생선을 구워먹긴 어려워 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사온 첫날이니까 고민하지 않고 굽는걸로,

될 수 있는 한 지느러미는 최대한 잘라내고 구웠다


기름이 꽤나 많이 들어갔는지 이게 튀김인지 구이인지 조금 애매하긴 했지만

소금에 절여서 굽지 않아 간이 좀 심심하여 마늘 장아찌와 함께 먹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2. 눈이 슬퍼보여 불쌍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두번째 구워진 생선


남미에서는 굵은 소금을 구하기가 힘들다

아무래도 이 지역에서는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생선을 굽고나서 입자가 고운 소금을 조금 뿌렸다 집에 레몬이 있는 걸 기억해낸 내 자신이 대견했으니까 레몬 즙도 조금 뿌렸다

비린내가 조금 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3. 뒤집으면서 생선이 좀 상했다 그래도 구워먹는 생선이 좋더라만은..


주말 내 두번이나 생선을 구웠다

그렇게 2마리는 먹고 2마리는 남았는데 내가 어떤 생선을 구웠을 때 더 맛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결국 다음에 가서는 어떤 생선을 고를지 또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그렇다고 굽기전에 사진을 찍어 놓고 평점을 매기는 것도 우습다


그저 천천히 익숙해져 가겠지



#4. 사왔던 새우로는 새우튀김을


새우는 튀겨먹을 생각이 아니었지만, 대하처럼 구워먹기엔 굵은 소금도 없었고.. 대하처럼 싱싱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결국 튀김을 하기로 생각을 했는데

이것 또한 여의치가 않다

튀김가루가 없으니까


해외에서 요리를 한다는 것, 생활을 한다는 것은.. 한국에서 살던 생활(의/식/주)에서의 부족함을 어떻게 다른 것으로 메꿀 수 있고 비슷하게 지낼 수 있는 지 인내를 갖게 한다


비단 튀김가루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당연했던 것들이 여기에선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다

여기선 밀가루 정도로 튀겨낼 수 있으니까


그렇게 부족하지만 뭐라도 비슷한 새우튀김을 만들어 먹었다




난 해외생활이 구역질 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이런 상황 순간 순간이 한국과는 달라서 이 다름이 즐겁고 재미있다

이에 어떻게 대응하면서 살지 고민하는 순간순간도 즐겁게 받아들여진다


생선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이유도 알 수 없이 확 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나날들은 그저 보통의 생활이다


감사하며 행복함을 느끼는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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