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시작은 "손을 많이 사용하고 움직이는게 두뇌개발에 좋다"라는 말을 어디에선가 듣고 어머니가 사오신 종이접기 책이 아니었을까
그 때 접었던 많은 것들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학, 꽃, 거북이 정도는 기억하고 있죠⑴
그 기억을 되살려 간혹 전기가 없는⑵ 학교에 가서는 종이접기 수업을 진행하고는 하는데..
아이들이 잘.. 못따라 오더군요
비공식 10,000마리 이상의 학⑶을 접어온 제게는 무척이나 쉬운 일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기본적인 삼각접기, 사각접기 부터 아이들이 힘들어 하더군요
난 이걸 왜 못하나 싶고.. 그래도 많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종이접기를 마무리 했죠
몇 주 후에 혼자 구석에서 종이접기를 하고 있는 나⑷를 보고 동료 봉사단원인 Rosa⑸님이 오셔서 종이를 접어보이시더군요
잘 기억이 안난다면서도 각을 잡아 예쁘게 학을 접더군요
처음 종이접기를 하는 사람처럼
다음 모양으로 변할 위치에 잘 접힐 수 있게 접어놓고, 접으려고 할 때 그 선을 따라서 잘 접힐 수 있게
한단계 한단계 씩 차근차근 접더라구요
똑같이 반복적으로 종이를 접던 사람은 중간에 필요한 부분을 생략하고서도 완성할 수 있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은 쉬울 수가 없으니 그런 보조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처음에는 저 보조선 없이 접는 것이 어려웠을 것⑹이라는 것도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가 활동하고 있는 내 존재가 에콰도르 아이들에게 보조선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학을 접기 위해선 꼭 보조선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보조선은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겐 가야할 길을 안내해 주고 조금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그런 작은 가이드죠
1시간 동안 10명의 아이들에게 마우스 사용법, 키보드에 손올리는 위치,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것, 컴퓨터의 기본적인 부품구성을 이야기한다고 무슨 큰 도움이 될까 괴리에 빠져있던 상황에서..
별 것 아닌 보조선이 위로가 되네요
교육원에서 봉사활동 워크샵⑺때 봉사활동이란 어떤 것인가로 다양한 의견을 냈었는데.. 이제서야 제 봉사활동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무언가를 찾은 느낌입니다
저는 보조선 같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넘 미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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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 이거슨.. 머리가 기억하는 게 아니라 손이 기억하는 것
⑵ 없을 수도 있는 게 이곳(에콰도르)의 현실
⑶ 물론 수치화된 기록은 아님. 군대에서 근무중 졸릴 때 학접었습니다.. 졸릴 때 손을 움직여서 집중하는 학접기는 졸음을 쫓습니다 과도한 학접기는 회사에서 짤릴 위험이 있으니 위험합니다
⑷ 병신
⑸ 같은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모의 간호병과(?) 봉사단원
⑹ 사실 나는 종이접기 신동이라 보조선 없이 그냥 접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기억이 안납니다
⑺ 코이카 해외봉사단 국내교육 초반에 봉사활동의 의미를 단어로 표현하여 발표하는 조별 과제가 있는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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