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 운영자가 홍익대학교 졸업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이미 나와 면식이 있는 사람일까나.
지인이 블로그에 들어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95%정도 자연어 검색으로 블로그에 들어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니..
나는 이천년대 중반 학번으로, 이천년대 후반에 취업을 했다.
나도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했으니 취업시장이 지금보다는 조금 나았던 것 같다.
좋은 기회들이 닿아 꽤나 많은 회사에 입사면접을 볼 수 있었고, 그 중 특이한 질문이나 언급은 아직까지도 간혹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회자되곤 한다.
면접실 문을 열고 의자에 앉기도 전에,
"ㅁㅁㅁ 씨는 루저가 아니네?"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기업이 어디었는지 기억도 나지도 않지만, 꽤나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는 180cm 이하의 키를 가진 남자는 '루저'라는 말을 한 한 학생 덕에,
홍익대가 루저대, 루익대라는 말을 들었고..
정문에 180cm 높에 선을 긋고, 이 선 밑으로 다 루저라는 낙서까지 있었다.
이 일에는 그렇게 개의치 않았었다. 왜냐면.. 그 사람은 작가가 적어준 글을 읽었을 수도 있고, (확인할 길은 없다) 이런 언사가 큰 문제가 될지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가장 중요한 건 방송을 통해서 뭔가를 얻으려고 하진 않았다는 거.. (아닌가? 방송을 통해서 뭔가 연예계 데뷔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을까..?)
결국 그 사람은 강제 휴학을 당했다던가.. 대기업 인턴에서 잘렸다던가.. 그런 처분을 당했다. 이것도 좀 안타까운 일인데.. 어쩌겠나, 언론에서 자유롭게 대본을 읽었든, 자기 생각을 말했든... 결국 자신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닌가..
그 사람을 자른 대기업도, 징계를 내린 학교도.. 그들의 의지로 행동했을 것이다.
이번 이야기는 서론만 길 것 같다.
고3때 홍익대에 입학 할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오직 목표는 모의고사 성적에 맞춰서 공대가 유명한 H대를 하고 싶었다. 아 결국 H대 오긴 한건가...
하지만, 졸업을 하고 나서는 홍익대에 입학하게 된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학교를 다닌 7여년 동안, 그리고 졸업하고 나서도 간간히 구경을 갔었지 교내에 상시 전시되는 과제전시회, 졸업전시회들을 보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을 갖고, 예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단한 수준은 아니다. 허나 아무것도 모르던 메마른 이과학생이 예술에 대한 취향을 가질 수 있다는 정도만 되어도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분명히 삶의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다.
그렇게 감사해오던,
예술과 맞닿아 있을 수 있었던 환경이었던,
조소과 조각전이 이슈가 되고 있다.
홍익대 정문에 떡하니 일베를 상징하는 손모양의 거대한 조각이 있다.
지금은 누군가가 부섰다고 한다.
작품을 만든이는 작품의 제목을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라고 하였고.. 인터뷰도 꽤나 많은 곳에서 하셨더라.
이번에 이 이슈는 단순히 일베가 어떻고 저떻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에술에서의 표현의 자유 vs 그 자유가 소속된 집단에 주는 피해
두 가치의 다툼
내가 좋아하던 예술이라는 가치가 일정 선을 넘어서서 생긴 문제라 더더욱 아쉽고 안타깝다.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일탈의 목적이 악의적이거나, 개인의 영달만을 위한 거라면 더더욱 실망스럽겠다.
예술이란 이름 뒤에 숨어서 이런 일을 하는 건 비겁하다.
이슈로 이용되버리고 말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상징적인 위치(정문)에 설치를 혀용한 단과대 측과, 학교 측이 아쉽다.
그걸 보고 희희낙낙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입장이 아니라서...
내가 사랑하는 홍대의 많은 좋은 점들이 점점 변해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허나, 마지막까지 지켜지리라고 생각한 예술이 뒤통수를 친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